근무환경

일상 2007/12/26 00:32

구글 등 외국 회사의 근무환경에 대한 글이 많은데 부러워하는 사람은 많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대기업(네이버, 다음 등)과 일부 벤처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회사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내 경우에는 변한 것이라면...에도 잠깐 언급되었지만 극에서 극으로 바뀐 경우. 지금 다니는 회사는 개발회사가 아니다. 그런데 개발회사에 다니는 개발자들이 부러워 할만한 환경이 거의 다 갖춰져 있다.

탕비실 냉장고에는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3~4종류의 음료가 늘 가득 채워져 있고 밀크커피, 블랙커피, 녹차, 둥굴레차, 유자차 및 원두커피(커피메이커)를 기분대로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사탕은 상시 구비고 몇종류 안되지만 과자도 있으며 귤 등 간단히 먹을 과일도 거의 언제나 있다. 점심 저녁 모두 제공되고 혹 사비를 사용했다면 영수증 제출하면 익일 바로 현금으로 지급해준다. 라면도 있어서 배고프면 먹을 수 있다. // 개발회사 다닐때는 커피, 녹차가 고작이었고, 저녁식대 등도 거의 1달이 지나야 지급되었다.

업무용 차량이 지원되며 업무용 차량에는 네비게이션 및 하이패스까지 완비되어 있다. 물론 해당 차량에 대한 기름값도 지원된다. (딱지값은 지원되지 않으니 안전운전.) 그러나 나는 장롱면허라 운전할일이 없다는... // 업무용 차량이 있는 회사를 다닐때도 있었는데 역시 선지출 후지급.

주5일제(이긴 하나 휴일에도 자주 호출함 -_-)임에도 연차가 있고 직원용 콘도 시설도 있으며 자체 헬스클럽도 운영한다. 또한 회사 비용으로 각종 연수 및 교육도 보내준다. (그러나 패스 못하면 월급에서 공제한다고... ㅠㅠ) // 연차 대신 주5일제 하는거라는 뻘소리나 하고 있고, 워크샵도 1년에 한번 갈까말까... 헬스클럽 같은건 바라지도 않고 알아서 챙기게 시간만이라도 다오 제발.. 이었다. 시간도 안주고 여기저기 파견시키면서 맨날 말로만 운동하래...

입사하면 PC는 최고급 사양의 새것으로 지급하고 SW는 모두 정품을 사용하며 부서별로 지급물품은 차이가 있지만 1인당 PC 관련 비용만 약 500만원 정도 된다. // 후진 PC를 지급하거나 자비로 노트북을 사거나... SW 구입비를 지원하지 않아(한두푼도 아닌데 월급모아 살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SW는 모두 불법. 이게 SW로 돈버는 사람들이 할짓인가?

급여는 연봉제로 계약하지만 운영은 호봉제로, 연 4회 100%의 상여금이 지급된다. (연봉계약서에 있는 사항으로 회사 사정에 따라 주는 보너스와는 다름) 퇴직금은 별도 연금보험에 납입한다. (연봉제 하는 이유가 야근비와 근속년수 오래된 직원의 퇴직금 부담 때문일지도...) 이 회사의 연봉도 동종업계 중에서는 적다지만, 고작 경력 1년 인정받아 계약한 연봉이 개발자 5년 정규직 생활하며 힘들게 올려온 연봉보다 많다. // 올해초 연봉목표가 3천 돌파였는데 가을에 이직해서 3천 돌파는 못했지만 결국 올해 3천 이상으로 연봉계약을 한 셈.

근무환경은 좀 딱딱한 편이지만, 업무에 필요하다면 모든게 지원되고 업무에 필요하지 않더라도 회사에서 돈 쓸 일이 없도록 잘 갖추어져 있다. 쓰는 돈이라면 출퇴근 비용과 담배값, 개인 기호의 간식값 정도인데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집도 아예 회사 근처로 이사해서 걸어다니니 회사에서는 돈쓸일이 전혀 없다. 물론 파견갈 일도 없고. 그래서 기본급이 이전보다 더 줄어들었지만 저축액은 오히려 늘었다.

요새는 개발업도 비정규직(프리랜서) 고용이 늘었다. 정규직 해봐야 비정규직보다 더 좋은게 없어서다. 오히려 비정규직이 돈도 더 많이 받고 막장 프로젝트에서 도망가기도 더 쉽다. 책임감 있게(정규직의 책임감은 어쩔수 없이 하는 강제된 책임감에 가깝다) 일해주는 정규직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면 맨입으로만 잘해주겠다고 약속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제대로 지원해 주면 된다. 음료수, 간식, 식대 정도는 한팀 해봐야 직원 한명치 순수월급 정도 밖에 안되는데 그정도 생색으로 직원들이 그 이상의 일을 한다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회계상 손해보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직원의 사기 같은건 회계로 측정할 수 없으니까.) 사람은 점점 눈이 높아지게 되어있으니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투자한만큼 좋은 결과를 만들 것이다. 많이들 노동의 유연성을 외치는데, 프리랜서는 프로가 아니므로(okjsp에서 프리랜서들은 스스로 프로가 아닌 고용의 한 형태로 보아달라고 항변한다) 단순히 고용비용 아끼려고 사실상 더 비싼돈으로 계약기간 끝나면 유지보수고 뭐고 뒤돌아서 버리는 인력을 사용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맨날 남의일(SI)이나 하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패키지를 만들 수 없는거다. 지식산업은 노동유연성이 성립할수가 없다. 사람 뇌가 부품인가? 이놈 빼고 저놈 넣었다고 일이 원할하게 돌아갈거라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두뇌라는 부품(?)은 한번 교체할때마다 최소 3개월의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는 직원의 이직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개발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있었던 5년여가 "봉"이었다는 생각을 저버리기 어렵다.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개발회사 정규직 떠나서 프리랜서 하던지 나처럼 정착하던지 권하고 싶다.) 정규직에게 안정적 고용과 급여를 보장했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회사는 상당한 장기 근속률을 자랑한다. 5년은 기본이고 15년차도 여럿 있다. (물론 회사도 그렇게 오랫동안 이익을 내며 살아있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이렇게 회계로 측정할 수 없는 것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