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별걸 다 해보네...

마눌님이 뭘 잘못드셨는지 체했다. 끙끙 앓다가 잠시 괜찮아진 틈을 타서 동네 병원에 갔다 왔는데 두세시간 후 비명을 지르길래 동네 의원은 문닫았고 129에 전화 → 1339로 돌려줌 → 119에 연결해서 처음으로 구급차도 타봤다.

119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아플 뿐 죽지는 않을만한 사람 태워주느라 진짜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못태울 위험성. 그래서 일부러 119에 안걸고 129로 걸었는데 결국 119가 왔다. 미안하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하고...

이미 병원에도 다녀왔었고 왜 아픈지도 알고 있지만 비명을 지를 정도면 걱정되는게 당연. 혹여나 다른 위험이 있을까 해서 (다시 병원에 가려니 문닫아서)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 가니 검사하기도 전에 일단 링겔부터 꼽고 시작. 검사도 안했으니 약을 주입할리도 없고 그냥 수액만 줄창 넣어댄다. (검사하거나 약 주입할 일 생기면 주사놓고 지혈하고 하는걸 안하기 위해 아예 미리 바늘 꼽아놓은것에 불과하다고...) 떨어지면 계속 갈아끼우다 보니 한두시간 있으면 마신것도 없는데 화장실이 급해지는 특징이 있다.

응급실이라는 곳이 순서대로 보는 곳이 아니다보니 90%는 대기시간인데 어찌나 정신없는지 링겔 다 떨어져서 피가 거꾸로 타고 올라가는데도 불러 말하지 않으면 신경쓰지도 않더라는... 한달쯤 전 EBS 극한직업에서 봤던 그 응급실(가천의대 길병원 응급센터)에 직접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큰 병원 응급실이라 그런지 환자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어서 TV와는 달리 피튀고 죽어나가는 것을 직접 볼 일은 없었던게 다행. (나는 피만 봐도 정신적으로 쇼크가 온다... 그래서 헌혈도 못한다.)

소변검사, 피검사, X레이 검사를 장장 3시간여에 걸쳐 끝내고(....) 의사 소견은 "염증수치는 좀 있지만 맹장염은 아닌듯하고 위염으로 보이니 약 먹으면서 집에서 쉬고 혹시라도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면 다시와라"였다. 급체가 결국 급성 위염이지 뭐. 큰 병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나왔는데 진료비가 10만원이 넘게 나왔다. 아앍...

그러니까 소염제 받으려고 링겔 맞으며 3시간을 기다린 셈... 3일치에 10만원이라는 굉장히 비싼 소염제였다. (진통제는 안주냐 물어봤더니 뱃속의 경우 때로는 위급할 수도 있으므로 어디가 아픈지를 정확하게 알아는게 중요한데 진통제가 방해할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고... 결론은 속아파 비명을 지르더라도 참아야 한다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나에게도 두통이 찾아왔다. 지난달에 덜컥 지른 자동차 보험료며 정비비며 네비며 막아야 할 돈은 산더미인데 7~8월쯤에 나올 실적 보너스는 대폭 축소해서 나올 것 같고 예정에 없던 지출까지 생겨버리니 이걸 어쩐다냐... 대출 연장은 어떻게 해야 하지... 알뜰살뜰 모아서 (비록 전세살이지만)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려는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릴듯.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