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회사에 있을 때는 많아야 일년에 한번 직원 워크숍이 전부였는데, 지금 회사는 마라톤처럼 직원을 위한 행사도 있지만 대고객 행사도 꽤 많이 한다. 그중에는 한두시간, 반나절, 하루짜리 반짝 행사도 있지만 중요도가 좀 있는 행사는 1박 2일로 움직이곤 한다. 우리 회사는 조직이 그리 크지 않은 관계로 행사에 개인사정을 핑계대며 빠질 수가 없다. (가족같은 분위기라는 것은 구성원들 간에 정을 나누고 끈끈한 유대관계로 맺어지는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이 폭력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고 비주류들은 꼼짝없이 끌려다니는 한계가 있다. 나는 조직의 폭력을 심하게 겪어봤는데 그래서 고독을 채워주는 가족같은 회사보다는 그냥 고독을 즐기는 편이 더 좋다. 불행히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이전 경험보다는 못하지만 다분히 폭력적인 경향이 있다.)
이렇게 행사 관계상 직원들과 하루라도 같이 자게 되면 불편한 점이 있다. (숙소는 남녀구분이 되어 있고 대부분 건물이나 층을 달리 사용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잠자리나 잠버릇 같은 것은 당연히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괴롭고 피곤한 건 밤새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회식도 늘 그런식인데, 초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점점 업되어 술이 술을 먹는 지경이 되면 온갖 술을 섞어 폭탄주를 제조해서 끝없이 먹이는데(파도타기와 벌주로 안마시고 버티는게 더 괴롭다), 안마시려 어디론가 도망가면 찾아내서 끌고가서 강제로 입벌리고 들이붓는다. 회식은 중간중간 이동하면서 도망이라도 가지만 행사의 경우 아예 잠자리까지 잡아놨으니 이건 지독한 고문이다. 개인의 의사는 없고 강요만 있을 뿐... (그런데 취했을때 폭력적이 되어 강제로 먹이는 사람들은 늘 정해져 있더라...)
지난주에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대고객 행사가 있었다. 그래서 밤새 술로 고문당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에 가서 입구에 회사 부스를 만들고 기념품을 나눠줬는데, 고객 욕하기도 그렇지만 정도껏 해야지, 고객이 아니라 그지새끼가 따로 없다. 세상엔 온갖 사람들이 다 있다지만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인간들이 넘치더라. 기념품을 수십개씩 챙겨가는 바람에 원래 나눠주기로 한 예고수량의 3배 가까이 되는 천개 가까이 준비했던 기념품이 1시간도 못되어 동이 났다. 물론 우리쪽도 최대한 1인당 1개씩 나눠주려 노력했지만 기념품 받고 어디다 숨기고 또 오고 하는데는 대책없더라. 기념품 치고는 몇천원으로 나름 비싸기는 했지만 고작 그거 챙겨서 한밑천 잡으려고? 내 원 참...
기념품이 동나자 항의를 하는 사람도 꽤 있었는데, 달라고 징징대거나 (이정도는 양호하다.), 아침 8시부터 나눠줬는데 오후 1시에 와놓고서는 자기께 왜 없냐고 주최측에 클레임 걸겠다고 하는 그지도 있었고 (돈 한푼 안내고 관람하면서 공짜인 기념품 가지고 항의를 하겠다고? 기가막혀서...), "그럼 당신이 쓰고 있는 모자라도 내놓으쇼" 하는 날강도까지 참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었다. (직원 옷을 뺏으려는 날강도 타입이 가장 많았다. 괜히 2MB가 대통령이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앞에서 사람 욕심이란 참 솔직하다.)
행사를 하면 시계추 처럼 똑딱똑딱 오가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어 심심하지 않게 해주지만,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술고문을 받거나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혹은 그지같은 고객들 상대하거나 해서 그다지 즐겁지는 않다. 근데 다음달에도 또 뭔가 있을듯한 불길한 예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