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조건 영어로 먼저 입력하게 하는가. 의 댓글을 보다가 떠오른 생각.
draft로 뒀는데 MS,애플은 한글입력시 커서모양을 다르게 해달라!고 역시나 똑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네.
먼 옜날 어떤 프로그램들은 커서 모양만으로도 한글 입력 상태라던지 덮어쓰기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예를들면 납작한 커서는 영문이고 높이가 높은 커서는 한글이고 커서 속이 텅 비어 있으면 삽입모드고 커서 속이 꽉 채워져 있으면 덮어쓰기 상태였던가... 밋밋한 커서에 몇가지 변화를 줘서 이런저런 정보를 주려 노력했었다. 알면 유용하고 몰라도 사용하는데 지장없는 그런 것들이었다.
윈도우로 넘어가면서 캐럿은 획일화 되었다. (윈도우 내부에서 커서는 마우스 포인터를 지칭하는 단어로 바뀌었다. 잘 보이지도 않는 깜빡이는 이 막대기는 캐럿이라 부른다.) 캐럿이 주는 정보는 '여기에 글자가 입력될 것이다'라는 단 한가지 뿐이다. 물론 이전에 쓰던 DOS라는 녀석의 커서란 놈도 밋밋한 놈이었고 응용프로그램에서 임의로 재정의해서 사용했었던 것이긴 하다. 허나 DOS란 녀석은 응용프로그램에서 커서까지 직접 그릴 정도로 OS로써 하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윈도우 OS는 거의 모든 것을 OS가 관리하다보니 DOS와는 반대로 응용프로그램에서 캐럿을 재정의하는 것은 매우 번거롭거니와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해서 대부분 구현하지 않는다. (일부 텔넷 프로그램들은 DOS 시절과 비슷한 모양의 캐럿으로 재정의해서 사용한다.)
영어권 개발자가 비영어권 사용자들을 배려하기 시작한 역사가 짧다보니 한글 윈도우 역시 영문 윈도우를 기반으로 각종 메시지를 번역하고 비영어권 문자를 입력할 수 있도록 IME라는 것을 끼워 넣은 정도 뿐인데, 영어권 사용자들은 다른 언어는 어차피 자기 모국어도 아니니 이런 시스템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모를 것임이 틀림없다. 비영어권 사용자는 먼저 입력영역의 캐럿을 찾은 후, 화면 아래 혹은 어딘가에 떠있는 IME 표시창을 찾아보거나 혹은 잘못 입력한 후 무의식적으로 삭제키를 입력하고 재입력한다. IME가 손글씨 입력도 지원하고 도움말(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다)도 나오는 등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영어만 입력하는 것보다 훨씬 불편하게 PC를 이용하는 것이다.
오피스 같은 프로그램은 한글을 영문 모드에서 입력하면 자동으로 한글로 바꿔주는데(요즘에는 포탈 검색창의 자동완성기능에서도 지원된다) 물론 이것도 나름대로 유용한 기능이지만, 애초 입력실수를 줄이도록 커서 모양 자체를 바꾸는것이 더 나은 방법이었을지 않을까... IME에서 현재 상태에 따라 커서모양을 바꿔주는 기능을 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다국어 윈도우 판매량도 적잖을텐데 꼭 영문윈도우 방식을 고집해야 하는걸까?) 만약 OS가 사용자를 충분히 배려해 줬다면 웹페이지 입력의 기본값이 한글(혹은 자국어)이어야 하는가 영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 자체가 의미 없었을지 않을까.